EP.78 제13장. 쟤가 너랑 대화 좀 하고 싶대 (5) “그, 그럼, 이만…….” “어디 가?” “어?” “아직 시간 많잖아. 숙제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카페 가자.” “카, 카페?” “어. 싫어?” “…….” 남진우의 눈이 이리저리 마구 움직이다가, 왠지 소이와 채이를 번갈아 바라본다. 무슨 일 있나 돌아보니, 소이와 채이가 내게 방긋 웃어 보인다. 아까보다는 훨씬 나은 표정인데, 왜. “으, 응…….” 결국 단념했다는 듯 남진우는 고개를 숙였다. “야.” “응?” 다시 발걸음을 옮기는데, 소이와 채이가 들러붙기 전에 현지가 얼른 와서 날 불렀다. “쟤를 왜 계속 끌고 다니는 거야?” “왜? 싫어?” “아니, 싫은 건 아닌데.” 내 질문에 현지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어디 마음에 안들어? 괴롭히기라도 하려고?” “……그렇게 보여?”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현지는 잠깐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잠깐 우물쭈물하더니, 한숨을 푹 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니, 나도 답답하다고. 아무리 그래도 면전에 대고 여자냐고 묻긴 좀 그렇잖아. 그렇다고 여성스럽다고 하는 건 딱히 칭찬도 아닌 것 같고. 그러니, 일단은 최대한 데리고 다니는 거지. 근거가 모이다 보면 한 번 정도는 대놓고 물어볼 만한 상황이 오지 않겠어? 굳이 오늘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게다가. 나도 친구가 좀 더 많았으면 좋겠고. 얘 혼자 있는 게, 자꾸 내 탓인 것 같아 좀 불쌍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하아. 일단 알았어.” 현지가 머리를 쓸어올렸다. “그런데, 친해지고 싶으면 조금 더 살갑게 구는 게 좋지 않아?” “살갑게?” “아니, 그러니까. 지금 이대로는 계속 겁에 질려있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좀 더 뭐랄까.” 내가 현지를 빤히 바라보자, 현지의 얼굴이 천천히 붉게 물들었다. “그래, 내가 할 말은 아니다. 됐어.” 그리고 뭔가 엄청나게 민망해졌다는 듯 뒤로 빠졌다. 현지가 빠지니 이번에는 소이와 채이가 얼른 다시 내 곁으로 와 팔을 붙잡았다. “…….” 둘의 시선이 내 얼굴에 와서 닿는다. 아무 말 없이, 그저 방긋방긋 웃으면서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고만 있다. ……어쩌지. 왠지 화난 것 같은데. 현지의 말대로라면, 내가 정말로 남진우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던 건 아닐까? 채이가 갑자기 남진우를 챙겨준 것도 그렇고. 혹시 내가 괴롭혀서 화났나? 둘 다 영웅의 딸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정의의 기준으로 보자면 좀 그럴 수도 있을 테니까. 하지만 왠지 그 시선들을 받아내면서 뭔가 말을 꺼내는 건 조금 그래서, 나는 카페로 향하는 내내 뭐라고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 “…….” “…….” 남진우는 이번에도 꽤 화려한 메뉴를 시켰다. 솔직히 나는 그 음료에 뭐가 들어갔는지도 잘 모르겠을 만큼, 안쪽의 음료가 층층이 쌓여있다. 일단 딸기와 바나나는 확실한 것 같은데. 아니, 층이 쌓인 게 아니라 유리잔 안쪽에 층이 쌓인 것처럼 그려두었을 뿐인가? 그냥 아메리카노에 조각 케이크 하나 시킨 나로서는 잘 모르겠네. 어차피 써야 하는 돈, 기왕이면 그냥 맛있는 걸 먹자. 그게 아니라면, 평소에는 조금 동경하지만 차마 와서 먹어볼 수 없었기에 시켜보는, 그런 느낌이랄까. “맛있어?” “어, 어, 응.” 애초에 먹던 게 액체라서 그런지, 아니면 조금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적어도 이번에는 사레들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 내가 입을 다무니, 남진우도 다시 입을 다문다. 날 따라온 친구들도 다들 입을 다물었다. 시선이 박히는 것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붉어졌다가 하는 남진우. ‘귀염상’이라는 등장인물들의 표현은 옳았던 것 같다. 그리고, 여자애들이 왜 끌렸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예 여자라는 걸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냥 귀엽고 예쁘장한 남자애니까. 나야 남자를 성적으로 좋아해 본 일이 없으니 그 감각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왜, 모성을 자극하는 그런 남자도 나름대로 인기 있다고는 들었고. “내가…….” 아무튼. 아까부터 현지의 말을 떠올리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래로 향해있던 남진우의 시선이 올라와 날 보았다. “내가 괴롭힌다고 생각해?” “어, 아, 아, 아니.” “그런데?” “어…….” “아니면, 우리랑 식사하는 게 싫어?” “…….” 남진우는 잠깐 침묵했다. “……아니.” 아니, 백 퍼센트 싫은 거잖아, 이거. 혹시 여자라서 여자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거나? 원작에서는 남진우가 여자랑 잘만 이어졌었는데. 혹시 원래의 세상과 달라서 이 세계의 남진우는 남장과는 별개로 그냥 평범한 여자애의 취향과 감성을 가지기라도 한 걸까. “그럼 됐네.” 나는 말했다. “딱히 싫은 게 아니라면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어…….” “내일도 밥 같이 먹자. 매번 혼자 먹잖아, 너.” 참. 나도 여기서는 말이 술술 나오는 게 웃기단 말이지. 정작 소이와 채이 앞에서도 종종 더듬으면서. 하지만 그건 남진우 앞이 유난히 마음 편하거나 그래서 그런 건 아니다. 마음 편하기로는 소이와 채이 옆이 훨씬 낫다. 침대에 셋이 눕는 건 솔직히 조금 답답하긴 했지만, 뭐랄까, 그 꽉 끼는 느낌이 마음 편하다고 할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너무 선명히 알려주는 것 같아서. 내 트라우마 때문에, 소이와 채이는 나를 꽉 안아주지도 못한다. 그러니 아마 대신 팔을 쓰지 않은 채 최대한 ‘안는 것 같은’ 자세를 만든 것이리라. 내게 어떻게든 안락함을 선물해 주려고.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또 좋다. 그렇기에 마음 편하지만…… 그래서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다. 내 작은 실수 하나 때문에 이 둘이 나를 떠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음, 아니, 내 실수 때문에 떠나기를 바라는 건 아니고. 그보다는 그냥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나도 참, 성장을 못 한다니까. “…….” 내 말에 다시 남진우한테 시선이 쏟아지고, 남진우는 조심스럽게 소이와 채이를 번갈아 살폈다. 그리고 현지 쪽을 보았다. 현지는 그저 시선을 돌려 먼 곳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기는 뭐라고 할 말이 없다는 듯. “……응.” 결국, 남진우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뭔가 엄청나게 불안하다는 듯한, 마치 겁에 질린 햄스터 같은 표정. 그래도 자기가 고른 음료수는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마시긴 했지만. 그것도 따지자면 햄스터 같달까. 나보다 키도 크면서 어째 분위기가 이런지 모르겠네. 당연히 음료숫값도 우리가 냈다. * “흐응~” 내 옆에 딱 달라붙어 앉아서, 소이가 계속 콧소리를 냈다. “흐으응~” “왜, 왜?” 팔이 계속 닿기도 하고, 기분 탓인지 목덜미에 자꾸 소이의 숨결이 닿는 것 같기도 해서 몸을 떨었다. “아니, 뭐.” 소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 루아가 남자애한테 관심이 있을 줄은 몰랐네?” 아니. 솔직히 조금 억울하다. 걔 남자 아닌데. 하지만 물론, 내가 애초에 말하지도 않았고,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굳이 여자애가 남장하고 학교에 다닐 이유가 없었으므로 이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하긴 했다. “루아가 그런 취향인 줄은 몰랐는걸~” 소이가 다리를 괜히 쭉 펴면서 말했다. “이 언니는 너무 슬프지 뭐야~ 루아가 그런 것도 하~나도 말 안 해주고. 흐응~” “아니.” 억울한 마음에 일단 입을 떼긴 했지만, 차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그냥, 불쌍하잖아.” “흐응, 그렇구나, 불쌍하구나. 우리 루아는 마음이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다. 참고로, 채이는 먼저 씻으러 들어갔다. 나는 도움을 바라는 마음으로 현지를 보았지만. 아까 남진우 앞에서 그랬듯, 현지도 시선을 슬쩍 피할 뿐이었다. 하긴 현지가 뭐라고 하겠어. “아니, 아무튼 아니야.” 나 나름대로 아니라고 해보았지만, 소이는 시선을 천장에 둔 채. “흐응~” 하고. 왠지 엄청나게 서운하다는 듯 콧소리를 낼 뿐이었다. 결국 채이가 샤워실에서 나올 때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바싹 붙어 앉은 소이 옆에서 딱딱하게 굳어있을 뿐이었다. 채이가 샤워실에서 나오고, 소이가 샤워실에 들어간 뒤에는. “그렇구나. 루아는 그런 취향이었구나…….” 이번에는 소이가 앉아있던 반대편 자리에 채이가 붙어 앉았다. 내 쪽으로 몸을 돌려서, 자꾸 팔에 뭔가가 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팔을 뺐다가는 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해서. 채이는 내 쪽으로 상체를 살짝 굽힌 채 내 얼굴을 빤히 보면서 말했다. “혹시, 관심 생긴 거야?” “아, 아닌데.” “아니야? 그런데 왜 그렇게 데리고 다닌 거야?” “그, 그야, 불쌍하니까…….” “그렇구나아~ 불쌍해서 그랬구나아~” 전혀 납득한 목소리가 아닌데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으려니, 채이는 흐흥, 웃음소리를 흘리고는. “그럼, 반한 건 아니라는 거지이?” 말을 길게 늘이면서 물었다. “으, 응. 아냐. 반한 거.” 당연히 아니다. “그렇구나아. 루아는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하니까. 그치이?” “으응.” “나, 믿을게? 믿는다? 믿어도 괜찮지?” “어, 어어…….” “히힛.” 채이는 장난스럽게 웃고는, 내 한쪽 손을 잡고 꽉 깍지 꼈다.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듯. 그 손동작에 안심해야 하는 건지 아닌 건지 전혀 확신하지 못한 채, 나는 다시 현지를 보았다. 현지는 또다시 시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 뿐이었다. 살려줘. A word from the author (A/N):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라뽁이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 10일에 후원해주셨는데, 너무 늦게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ㅠㅠㅠㅠ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작품을 완결하고 다음 작품을 계속 쓸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존재 덕분입니다. 글 쓰는 것은 가끔 어렵고, 전개라는 게 또 쉽게 막히기도 하지만... 그걸 어떻게든 뚫어내고 이어나갈 힘을 주시는 건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응원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올라가는 선작수와 조회수, 그리고 이런 후원들 덕분에 언제나 새로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작가라는 꿈을 이루어주신 여러분과 함께했던 이 시간을 아마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던 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제 글을 읽어주실 독자 여러분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얼마나 기뻤는지...... 앞으로도 이 기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eternalyg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글을 쓸 때 해피엔딩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저이기에, 이번 소설도 또 행복한 결말을 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렘 태그가 있으니 당연히 하렘 결말을 향해 달려야겠죠! 모든 히로인이 루아와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라는 직업만큼 자기 혼자 주장했을 때 공허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어주고,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어야 비로소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제게 이 작가라는 이름을 주신 여러분을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