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6 제13장. 쟤가 너랑 대화 좀 하고 싶대 (3) * 소이는 이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루아가, 다른 사람한테 먼저 말을 걸어? 아니, 물론 루아가 다른 사람한테 말을 걸 수야 있다. 그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칭찬하고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루아에게 친구가 많아지는 건 루아 자신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하지만, 그 말을 건 상대가 남자애? 남자애? 남자애라고오? ……. 진정하고 다시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루아도 여자니까. 지금까지 쭉, 왠지 남자 캐릭터에는 거의 관심 없이, 하는 게임에서는 거의 여자만 등장하고, 상당히 수상하게도 로비 화면에는 살색 많은 복장의 여자애들을 세워두는 걸 즐기는 루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남자한테 관심이…… 있을 수 있나?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무리인 거 아닌지? 지금까지 그런 관심을 숨기고 있었다기에는 루아는 그런 취향 안에서는 너무 솔직한 아이인데? 그렇기에, 소이의 시선은 남진우의 얼굴과 몸을 연신 훑었다. “흐응.” 소이가 콧소리를 내자, 옆에서 걷던 남진우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소이의 눈이 가늘어진다.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다. 소이는 그게 또 고까웠다. 물론, 루아에게는 소이도, 채이도, 그렇게까지 믿음직스럽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안다. 분명 뭔가 일이 있었고 루아 자신이 그 일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정작 소이와 채이 앞에서는 계속 숨기고만 있으니까. 넌지시 물어보아도 슬쩍 넘겨버리고. 아픔이나 상처는 무조건 숨기려고만 하는 애인데. 물론 그렇다고 남진우에게 그 상처를 드러내 보였다는 건 아니지만, 평소에는 소이와 채이에게 끌려다니는 루아가 갑자기 이 남진우라는 애한테는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니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지는 것이다. “…….”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채이도 마찬가지였다. 채이는 아주 어린 시절의 루아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 시절의 기억이 전부 선명한 것은 아니다. 보육원에서 함께 지낸 친구 중 대부분은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았고, 이제 와서는 선생님의 얼굴조차 가물가물했다. 가출해서 보육원으로 갔을 때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나던 기억은 이제는 아예 떠오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 기억 사이에 루아의 모습만큼은 선명하다.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루아. 자기 외모에 자신감이 넘쳐서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나는 예뻐!”라는 말을 하던 루아. 당연하다는 듯 자기는 인기인이 될 거고, 그러니까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자길 찾기만 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던 루아. 지금의 루아에게서는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왠지, 남진우에게 말을 거는 루아에게서는 그런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이제 알고 지낸 지 고작 2주밖에 안 된 애다. 그보다 그사이에 뭔가 대화 같은 것을 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도 어째서 루아는 남진우에게 이렇게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있었을까? 먼저 같이 식사하자고 할 수 있었을까? 역시 루아 앞에서 조금 더 소심한 척해야 했을까? 루아가 처한 상황을 봐서 조금 조절하려고 했는데, 역시 너무 당당하게만 행동했을까? 현지는 다소 혼란스러웠다. 저번 주까지만 하더라도 자신에게 말을 걸고 친구가 되고자 하던 루아가, 주말을 지나고 나니 갑자기 벽이라도 느끼는 듯 굴어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더라도 돌아오는 대답은 딱히 없고, 그저 말 더듬는 소리뿐이었는데. 그런데 정작 거의 접점이 없는 남진우에게는 이렇게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소이와 채이만큼의 질투를 느끼기보다는 당혹감을 느끼는 현지였지만, 그래도 이 학교 오고 나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기에 역시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당장 같은 방을 쓰는 사이이기도 했고. 물론, 이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남진우였다. 남진우는 중학생 때도 아주 조용하게 지냈다.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여자애들과는 조금 대화를 나누긴 했어도 친해진 적 없고, 몇몇 착한 남자애들이 끼워서 같이 놀아주긴 했지만 아주 친해지지는 못했다. 그야 너무 친해지면 곤란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어서. 그랬기에 이렇게 시선이 날아드는 것에 전혀 면역이 없었다. 질투 어리고, 약간의 분노가 어리고, 호기심이 어린 세 소녀의 시선. “으…….” 내심 그렇게 신음해도 소용 없다. 의외의 조합이라고 생각하는 듯, 지나가는 아이들 몇몇이 이쪽을 보았다. 남진우가 아카데미에서 유명한 쪽은 아니었으니, 그 시선이 날아드는 이유는 당연히 남진우와 섞여서 걷는 여자애들을 향한 것이었다. 그런 여자애들 사이에 끼어있는 순해 보이는 남자애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시선을 끌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이상한 쪽이 아닐까. 그래서, 이 상황이 그저 당혹스러웠다. 남진우는 시선을 돌려보았다. 슬쩍 훔쳐본 서루아는 평온해 보인다. 왠지 지금 이 상황이 그냥 교실에 있을 때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어째서? 상황을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어놓은 서루아 혼자 고요하고 평화로운 것이 여러모로 아니꼽긴 했지만. 어쩌겠는가. 소심한걸. 거절도 하지 못한 채 따라왔으니, 남진우는 그저 이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면서 걸을 뿐이었다. * * * 뭐지. 왜 마음이 이렇게 편하지? 한동안 걷다가, 나는 드디어 이해할 수 있었다. 아하! 이거 미래랑 지혜 만날 때의 기분이다. 첫 주말에 바로 미래와 지혜를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요즘도 꾸준히 연락은 주고받는다. 하는 이야기는 보통 게임이나 만화 이야기다. 안타깝게도 남성향보다는 여성향을 좋아하는 두 아이기에 자꾸 남자 캐릭터를 추천하거나 남자 캐릭터가 잔뜩 나오는 작품을 추천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막 불편하지는 않다. 그 둘이 편한 이유는, 취미와 취향이 잘 맞아서— 가 아니라. 그냥 만만하니까. 그렇다. 내게 지혜와 미래는 만만한 애들이었다. 앞에서 말실수 좀 해도 막 화를 낼 일 없고, 나를 괴롭힐 능력도 없는 그런 애들. 그러니까 그 앞에서는 내가 먹잇감이 될 일도 없다. 만만하니까 걱정할 것도 없는 상대고, 그러니 그 앞에서도 속이 편하다! 그리고 남진우는 성격이 애초에 소심하니까 내가 그 앞에서 겁먹을 필요가 없다. 차라리 진짜로 남자였다면 여러모로 거리낄 구석이라도 있겠지만, 애초에 남자도 아니라면. “그래서, 오늘 뭐 먹고 싶은데?” 혼자 생각에 빠져 있으려니, 현지가 말을 걸어왔다. 흠칫 놀라 돌아보다가 다시 한번 더 놀랐다. 소이와 채이의 표정이 여러 가지 의미로 무시무시하다. 소이는 웃고 있었고, 채이는 딱히 어떤 표정을 짓지는 않았지만, 둘 다 그 아래에 뭔가 무시무시한 감정이 잠들어 있는 듯한.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 어…… 뭐 먹을래?” 그래서 나는 그냥 남진우에게 바톤을 넘겨버렸다. 딸꾹. 남진우가 딸꾹질을 한 번 했다. 왠지 내게 향한 소이와 채이의 시선이 더 맹렬해진 것 같지만, 일단은 못 본 척했다. “아, 어, 어, 고기?” 뭔가 억지로 머리를 굴려서 겨우 단어 하나를 생각해 낸 듯 남진우가 그렇게 말해서. “그럼 스테이크 먹자, 스테이크.” 나는 얼른 그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똑같은 표정인 소이와 채이. 그리고 뭔가 복잡한 표정인 현지. 하지만 세 사람 모두 내 말에 이견을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럴 거라는 걸 알면서 말한 거긴 했지만, 그래도 일단 속으로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아카데미 부지 안에는 기본적으로 예쁘장한 가게가 많았다. 물론 삼겹살집 형태의 가게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째 여기는 교직원들이 워낙 많이 이용해서 학생들이 영 꺼리기도 했고. 하긴 고등학생이 고기를 구워봐야 얼마나 잘 굽겠나. 다들 집에서 부모님이 구워주시는 걸 먹으며 지냈을 테니. 그래서 보통 ‘인스타 감성’이라고 할만한, 예쁜 카페나 식당이 인기 있었다. “오, 오…….” 그렇게 바짝 쫄아있던 남진우는 가게에 들어오자 눈을 살짝 반짝였다. 곧 다시 소심한 표정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음. 남자라고 해서 예쁜 가게 싫어하라는 법은 없지. 나도 기왕 가서 먹을 거라면 말끔한 곳을 선호하니까. 화장실 깨끗하면 더 좋고. 그러니 이것만으로 여자애라는 확신을 가지기엔 어중간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큼직한 스테이크. 소이도 큼직한 스테이크. 채이는 그보다는 살짝 작은 스테이크. 의외로 현지도 꽤 큼직한 스테이크를 고르는 가운데. 우물쭈물하던 남진우는 무려 마라 로제 파스타를 골랐다. 물론, 남자라고 해서 마라를 싫어하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난 싫어한다. 애초에 향신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아예 안 먹는 건 아니고, 소이와 채이가 먹고 싶다고 하면 그냥 같이 먹기는 하는 정도. “……왜, 왜?” 네 명의 여성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남진우가 당황해서 물었다. “돈 걱정해?” “어, 아, 아니.” 내가 물어보자, 남진우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하긴 원작에서도 딱히 돈이 없다는 묘사가 나오진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이건 온전히 자기 취향으로 고른 메뉴라는 건데. 흠.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남진우는 시선을 피하려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다가, 어딜 봐도 자길 빤히 쳐다보는 여자애들만 있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푹 숙였다. ……아, 이건 좀 미안한걸. 왠지 공감이 좀 가서. A word from the author (A/N):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타 검수는 최대한 빨리 하도록 하겠습니다...! 후원 감사도 최대한 빨리 추가하도록 하겠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라뽁이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4월 10일에 후원해주셨는데, 너무 늦게 인사를 드려 죄송합니다ㅠㅠㅠㅠ 언제나 저의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작품을 완결하고 다음 작품을 계속 쓸 용기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존재 덕분입니다. 글 쓰는 것은 가끔 어렵고, 전개라는 게 또 쉽게 막히기도 하지만... 그걸 어떻게든 뚫어내고 이어나갈 힘을 주시는 건 언제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의 응원이었습니다. 제 글을 읽어주셔서 올라가는 선작수와 조회수, 그리고 이런 후원들 덕분에 언제나 새로운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작가라는 꿈을 이루어주신 여러분과 함께했던 이 시간을 아마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꿈을 이루던 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제 글을 읽어주실 독자 여러분이 존재한다는 걸 깨닫고 얼마나 기뻤는지...... 앞으로도 이 기쁨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 eternalyg 님,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의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글을 쓸 때 해피엔딩을 내고 싶다고 생각하는 저이기에, 이번 소설도 또 행복한 결말을 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렘 태그가 있으니 당연히 하렘 결말을 향해 달려야겠죠! 모든 히로인이 루아와 행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작가라는 직업만큼 자기 혼자 주장했을 때 공허한 직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제 글을 읽어주고, 저를 작가라고 불러주어야 비로소 작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제게 이 작가라는 이름을 주신 여러분을 위해서,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작가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번 후원감사는 너무 늦게 작성하여, 내일도 읽어주실 수 있도록 후기에 똑같이 달아두도록 하겠습니다ㅠㅠㅠㅠ